우리 가족의 첫 뚜벅이 여행 도전이었다. 아침 일찍 가산디지털단지역 승강장에 섰다. 운전대 없이 떠나는 가족 여행은 처음이었다.
용산역에 도착해서 기념사진부터 남겼다. 포토존 위에는 "오늘 여행, 꽃보다 예쁜 그대가 있어 좋다"는 네온이 걸려 있었다. 이 때가 가장 두근거렸다.
ITX-청춘열차를 타러 내려갔다. 2층 열차를 예약했다. 정확히는, 2층 열차 칸의 1층 자리를 예약했다. 타는 길에 나 같은 아빠들이 엄마들에게 한 소리 듣는 장면도 목격했다. 동지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위로가 됐다.
2층 열차를 예약했다. 정확히는, 2층 열차의 1층이었다.
2층칸의 1층은 지상보다 더 아래였다. (정확히는 반지하칸) 내 실수다.
2층은 아니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태블릿이 있어서 괜찮았다. 창밖이 1층이든 2층이든 태블릿 화면 속 풍경은 똑같았다.
기차는 생각보다 오래 달렸다. 1시간반정도? 춘천은 생각보다 더 먼 곳이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머릿속엔 계속 같은 노래가 흘렀다. "춘천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춘천역에 도착했다. 역 표지판 앞에서부터 벌써 낭만이 흘렀다. 둘째는 표지판 앞에서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이 때가 가장 신이 났다.

점심은 "아사도" 닭갈비. 춘천하면 닭갈비지.
가게에 도착하니 우리가 1등이었다. 뚜벅이 여행의 첫 번째 성과였다.
소금구이 1개, 간장구이 1개, 그리고 닭갈비 볶음밥을 주문했다. 한입 먹자마자 1인분을 추가 주문했다. 가게가 넓고 깔끔했고, 무엇보다 맛있었다.


"국립춘천어린이박물관"까지는 택시를 탔다. 뚜벅이 여행이라고 전부 걸어야 하는 건 아니다.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현실과 타협했다.
주제는 오백나한이었다. 영월 창령사 터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조각상들이라고 했다. '나만의 나한 만들기'에서 만든 나한에는 "우리오빠의 나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만 봐도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한 색칠하기도 있었다. 색칠한 나한은 미디어아트 속으로 들어가 뛰어놀았다.


옥상에 올라와 커피 한잔을 마시며 따뜻한 햇빛을 즐겼다. 2월이었지만 햇볕만큼은 봄 같았다.
오백나한 미디어아트도 봤다. 숲속에 나한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꽃밭 미디어아트 위에서는 둘째가 두 손으로 얼굴을 받쳤다.
가는 길에 실제 고인돌도 봤다. 이 동네는 고인돌이 흔한지, 울타리도 없이 완전히 오픈되어 있었다.
집에 가는 길, 놀이터가 보이길래 잠깐 들렀다. 충격적이게도 아이들은 여기가 제일 재밌었단다.
기차 타고, 택시 타고, 박물관까지 갔는데 1등은 놀이터였다.
집에 오는 길, 다시 기차를 탔다. 태블릿 삼매경이었다. 이 때부터 차를 안가져온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용산역에 왔는데, 그냥 집에 가기는 아쉬웠다. 굿즈샵 구경하러 아이파크몰에 들어갔다. 나이가 많든 적든 여자들은 쇼핑몰에선 에너지가 넘쳤다.


저녁은 첫째가 좋아하는 보쌈과 둘째가 좋아하는 생선구이로 마무리했다.
뚜벅이 여행은 색다른 경험이라 재밌었다. 그런데 평소보다 정말 두 배는 더 힘들었다. 다음번 춘천은 차 타고 가기로 했다. 좌석이 몇 층인지 확인할 일도 없다.
4인가족 평점
초딩5 첫째에게는 70점, 박물관보다 놀이터가 제일 재밌었단다. 마지막엔 제발 집에 가자고 했다.
7살 둘째에게는 80점, 나한도 색칠하고 꽃밭 사진도 남겼다. 어린이박물관이 수준에 잘 맞았다.
40살 엄마에게는 80점, 그냥 다 재밌어했다. 마지막까지 체력이 넘쳤다.
44살 아빠에게는 60점, 뚜벅이 여행은 재밌었지만 두 배로 힘들었다.
숙소
"없음. 당일치기 여행"
20대때 내 취미는 도보여행이었다. 이틀을 꼬박 걷고, 사흘을 꼬박 걸어도 그 자체로 재밌었고 행복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예전같지 않음을 확인했다. 한편으론 아쉬웠지만, 그 당시 혼자 갈 수 없고 체험할 수 없었던 것들을 가족과 함께하니 더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