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비빔밥이지. 저녁 늦게 도착한 전주에서 첫 끼는 비빔밥으로 정했다. 가게이름에 회관이 들어가면 맛집이겠지.
역시 맛집이 맞았다. 비빔밥도 맛있고 떡갈비는 더 맛있었다.
그냥 자기 아쉬워 전주 한옥마을 인근을 둘러보는 도중 터진 급똥 신호. 빨리 숙소로 뛰어라.


다음날 아침. 한옥마을 입구, 비가 온다더니 말짱하게 게었다. 이 정도면 날씨 요정이 맞다.
원래 계획은 걸어서 천천히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 계획은 지도를 펼친 지 오 분 만에 조용히 접혔다. 골목이 생각보다 넓었다. 결국 넷이 탈 수 있는 분홍색 전동카트를 한 대 빌렸다(3만원 순삭). 여행 계획은 언제나 내 머릿속에서 완벽했다가, 현장에서 딱 그만큼 수정된다.
첫째가 운전석 옆에 앉아 길을 안내하겠다고 나섰다가, 세 번째 골목에서 길을 잃었다. 엄마가 핸들을 잡고 좁은 골목을 요리조리 빠져나갈 때마다 뒷자리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카페에 들러 분위기 만큼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전주 한옥마을을 내려다보았다. 나이들었나.. 이제 이런 것도 재밌네.


꽃으로 뒤덮인 대문 앞에서 첫째가 비눗방울을 불기 시작했다. 비눗방울은 열 번 찍으면 아홉 번은 흔들린다. 그래도 계속 찍었다.


한옥마을을 대표한다는 경기전 큰 대문 앞에서, 아무도 없을 때 후다닥 찰칵. 들어가진 않았다.
골목은 걸을수록 표정을 바꿨다. 조약돌 깔린 큰길로 나오니 오래된 한옥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고, 둘째는 그 한복판에서 갑자기 팔을 벌리고 빙글 돌았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길가 노점 간식은 소문대로 값이 조금 쎘다. 관광지 물가라는 걸 알면서도 지갑을 열 때마다 미묘하게 억울했다. 그런데 다 맛있었다. 이건 이 동네만의 문제는 아니고, 아마 내 지갑이 매번 겪는 문제다.
날씨 좋은 날엔 맛이 두배가 된다.
에어컨 좀 쐴 겸 "동문헌책도서관" 앞에 카트를 세웠다. 첫째는 캠핑 의자에 앉자마자 책을 한 권 집어 들고 몰입했다. 둘째는 옆에서 오빠의 책을 힐끔거리다 금세 지루해했다. 둘의 미래의 직업을 예측할 수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 즐겨보았던 만화책들과 최근 웹툰들까지 시리즈별로 있었다. 왜 우리 동네엔 이런 곳이 없을까?
카트 대여 시간이 흐른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다시 카트에 올라 골목을 돌아야 한다. 카트는 멈춰선 안된다.


검색도 하나 없이 방문한 전주 한옥마을이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아침으로 먹은 콩나물국밥이 맛있어서인지(현대옥), 의외로 너무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4인가족 평점
초딩5 모험에게는 70점, 덥고 물놀이가 없었다.
7살 모아에게는 100점, 사진이 너무 이쁘게 나와서 행복해했다.
40살 엄마에게는 100점, 커피도 맛있단다. 반지도 하나 샀다. 여자에게 좋은 곳인가 보다.
44살 아빠에게는 90점, 이런데 왜 가나 했었다. 이쁜 건물보는게 좋아지는 나이인가 보다.
숙소
"전주 버터스테이"
잠만 잘 생각으로 저렴한 가격에 예약한 숙소. 4인기준 8만원대로 이용.
장점 : 리조트, 호텔은 아니지만 나름 깔끔한 숙소. 가격대를 생각하면 가성비 좋다.
단점 : 숙소에서 오래 놀거리는 없다.
기대 없이 간 곳이 다음번에 또 오고 싶은 곳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