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가족, 전국으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만드는 가족여행 매거진


Vol. 08 · 국내여행전남 신안군 자은도
쏟아질듯한 별빛아래 밤바다

국내여행 · 전남 신안군 자은도

신안 자은도, 저학년 아이들에게 천국인 곳.

목포까지는 멀었고, 바다는 가까웠고, 밤하늘은 쏟아질 듯했다.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추천 추천 추천.

오늘의 가족여행 지수

종합 3.9/5
아이친화성★★★★★밤바다부터 모래에 쓴 글자까지,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던 이틀
맛지수★★★★☆백성식당 백반 하나로 시작이 좋았음, 유달콩물은 최고!
놀거리지수★★★★★바다 수영, 별, 모래놀이, 빗속 질주까지 다 했음
청결지수★★★★☆리조트 앞이라 전반적으로 쾌적했음
재방문지수★★★☆☆분명 또 오고 싶은데.. 수도권에서는 엄두가 안 난다.
부모 편의성★★★★☆백길해변은 얉아서 애들을 풀어놔도 안심이 됐다. 리조트내에 편의점도 있어서 편했다.
이동 피로도★★☆☆☆너무 멀었다
가성비★★★★☆가격대비 괜찮은 리조트와 패키지(와인시음, 무제한워터파크, 무료키즈카페, 40시간 스테이)
가족 구성
부모 2 + 초등학생 1 + 유아 1
권장 연령
유아~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추천
이동수단
자가용
총비용
4인 기준 약 50만원
주차
무료 주차장 있음
예약
숙소 예약 필수
날씨
비가와도 좋고 날이 맑아도 좋음
#2026.08월#목포_상륙#41km_남았음

내비게이션은 출발할 때부터 도착 예정 시각을 자꾸 뒤로 미뤘다.(3시간 반이면 목포 도착한다며..) 오전 열 시 반, 겨우 목포 시내에 도착했을 땐 다들 한마디씩 했다. 진짜 멀긴 멀다고.

계획 단계에서 나는 "가는 길에 목포에서 아침 먹고 슬슬 구경도 하면 되지."라고 말했었다. 그 말을 실제로 지키려면 체력이 좀 더 필요했다는 걸,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백성식당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 목포에 왔으면 백반이라는 국룰을 따라 "백성식당" 이라는 곳에 들어갔다.(나혼산에 나왔던 곳) 조개탕은 시원했고 생선은 노릇했고, 반찬은 세다가 포기할 정도로 많았다. 둘째는 젓가락질보다 반찬 구경이 먼저였다.

백성식당 상 위에 가득 차려진 반찬들과 조개탕, 생선구이, 그리고 식사 중인 엄마와 모아
생각보다는 비쌌다? 인당 13,000원. 유치원생인 둘째는 공짜.

첫째는 밥을 먹다 말고 갑자기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표정은 브이라기보다 심사위원에 가까웠다. 본인 스타일 반찬은 아니었지만, 조개를 건져먹으며 맛있게 먹었다.
나는 대만족! 이런 반찬 좋아한다고.

백성식당에서 카메라를 보는 모험, 뒤로 모아도 함께
복작복작한 백반집일 줄 알았는데, 뭔가 굉장히 조용하고.. 손님들은 속닥속닥 얘기했다. 점원분들은 귀신같이 반찬이 떨어지면 와서 리필해주셨다. 너무 친절하셨다.
#커피창고로

배를 채우고 나니 그제야 목포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건물들이 하나같이 카페나 빵집으로 변신해 있었다. 

두 번째로 들른 "커피창고로" 라는 카페에서 에그타르트를 하나씩 들고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 한 잔, 타르트 한 입, 그리고 바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을 잠깐 잊을 만큼 여유로운 자리였다. (포장해온 유달콩물. 정말 맛있다.)

커피창고로 카페 창밖으로 보이는 목포 앞바다 풍경
이게 바로 목포의 모습

여행의 절반은 이동이고, 나머지 절반은 결국 뭘 먹으러 가는 길이다.

#자은도_가는길

목포에서 다시 다리를 몇 개나 더 건너야 하는 섬이 있다는 걸,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처음 알았다. 다리를 두어 개 더 건너 자은도로 넘어가는 길, 다들 졸음이 몰려올 때쯤 차를 세우게 만든 벽화가 있었다. 담벼락 위로 자란 동백나무를 그대로 어르신들의 머리카락으로 써먹은 그림이었다. 보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뜬금없이 너무 귀여운 게 문제였다.

동백나무가 머리카락처럼 자란 어르신 벽화 포토존
누가 이 아이디어를 냈는지 상 하나 줘야 한다.
#백길해변

"씨원리조트" 에 짐을 풀자마자 향한 곳은 바로 앞 "백길해변" 이었다. 파도는 크지 않았고 사람은 적었다.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넓디넓은 모래사장이 드러났다.

백길해변에 밀려오는 파도
딱 그 정도로만 시원한 파도.
물이 빠지며 넓게 드러난 백길해변 모래사장을 걷는 가족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백길해변은 걷다가 지칠 정도로 넓었다.


젖은 모래가 하늘을 그대로 비추기 시작하면서, 다들 갑자기 사진기자가 됐다. 우유니 소금사막에서나 나올 법한 반사 사진이 여기서도 찍힌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너무너무 고운 모래를 맨발로 밟아가며, 바다 수영을 지칠 때까지 즐겼다.

#밤바다

저녁을 먹고 다들 곯아떨어질 분위기였지만, 둘째만은 아직 쌩쌩했다. 손을 잡고 밤바다를 보러 나갔다. 낮보다 훨씬 조용한 백길해변에서, 둘째는 양팔을 벌리고 한참을 서 있었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밤바다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아의 뒷모습
말을 걸기 미안할 만큼, 혼자만의 시간처럼 보였다.
쏟아질 듯한 별이 가득한 자은도의 밤하늘
사진에는 반의반도 못 담기는 밝기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별이 정말 쏟아질 듯이 떠 있었다. 도시에서는 서너 개 세다가 포기하는 그 하늘이, 여기서는 셀 수도 없이 촘촘했다.

돌아오는 길, 둘째가 젖은 모래 위에 조개껍데기로 뭔가를 꾹꾹 눌러 쓰기 시작했다. 손전등을 비춰보니 두 글자였다.

젖은 모래 위에 조개껍데기로 눌러 쓴 행복이라는 글자
행복. 어른보다 정답을 더 잘 아는 나이인 것 같다. 7살 아이가 스스로 적은 글이 행복이라니.. 여행 온게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둘째날_조식

다음 날 아침은 리조트 조식으로 시작했다. 배를 든든히 채운 둘째와 엄마가 통유리창 너머 다시 바다 쪽으로 걸어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여행의 리듬이 대충 파악됐다. 먹고, 바다 보고, 또 먹고, 다시 바다.

리조트 통유리창 너머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모아와 엄마 뒷모습
조식 먹은 지 십 분도 안 돼서 다시 바다로.
#물놀이#소나기

둘째날 오전은 물장구로 시작했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첫째는 신나게 발을 굴렀다. 그러다 하늘이 심상치 않아지더니 굵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챙길 새도 없이 다들 그대로 뛰었다.

바다에서 물을 힘차게 걷어차는 모험
비가 오기 직전까지는 평화로웠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해변을 뛰어가는 아이들과 아빠
와라락, 소리가 날 정도로 쏟아졌다. 엄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아침 산책이라 수영복도 안 입었는데.. 흠뻑 젖은 채로 돌아다니다 첫째가 '우와' 했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하늘에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소나기가 미안했는지, 하늘이 바로 선물을 내놓았다.

가족여행 중 가장 멀었던 여행이, 가장 많은 경험을 주었다.

4인가족 평점

초딩5 모험에게는 90점, 씨원리조트 워터파크는 시시했다. 바다가 의외로 너무 재밌었다.

7살 모아에게는 100점, 아이가 놀기 좋은 곳이었다. 위험한 곳도 없고 바다의 파도도 딱 좋았다.

40살 엄마에게는 70점, 곱디 고운 모래가 옷 사이사이 끼어 어떻게 빨래를 해야하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44살 아빠에게는 100점, 둘째 딸과 손을 잡고 별을 보면 밤바다를 거닐었던 순간은 죽기전까지 생각날 것 같다. 긴 운전과 부족한 액티비티들이 이 장면 하나로 다 용서됐다.


숙소

"씨원리조트" 

라마다 계열이라 그런지 깔끔했다. 40시간 패키지 - 4명방 대략 30만원대로 이용.

장점 : 숙소 깔끔. 40시간 패키지는 비싸지만, 퇴실시간의 압박이 없어서 편했다. 워터파크, 목욕탕, 숙소앞 해변 등. 아이들과 지내기 좋았다. 40시간 패키지 안 와인 무료시음이 너무 만족스러웠음.

단점 : 초등학교 5학년에게는 너무 순한 맛 워터파크. 물놀이를 많이 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시시했다. 

만족스러웠지만, 여기만을 목적지로 오진 않을 것 같다.
2박 이상 일정으로 전라도 투어라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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