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은 출발할 때부터 도착 예정 시각을 자꾸 뒤로 미뤘다.(3시간 반이면 목포 도착한다며..) 오전 열 시 반, 겨우 목포 시내에 도착했을 땐 다들 한마디씩 했다. 진짜 멀긴 멀다고.
계획 단계에서 나는 "가는 길에 목포에서 아침 먹고 슬슬 구경도 하면 되지."라고 말했었다. 그 말을 실제로 지키려면 체력이 좀 더 필요했다는 걸,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 목포에 왔으면 백반이라는 국룰을 따라 "백성식당" 이라는 곳에 들어갔다.(나혼산에 나왔던 곳) 조개탕은 시원했고 생선은 노릇했고, 반찬은 세다가 포기할 정도로 많았다. 둘째는 젓가락질보다 반찬 구경이 먼저였다.
첫째는 밥을 먹다 말고 갑자기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표정은 브이라기보다 심사위원에 가까웠다. 본인 스타일 반찬은 아니었지만, 조개를 건져먹으며 맛있게 먹었다.
나는 대만족! 이런 반찬 좋아한다고.
배를 채우고 나니 그제야 목포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건물들이 하나같이 카페나 빵집으로 변신해 있었다.
두 번째로 들른 "커피창고로" 라는 카페에서 에그타르트를 하나씩 들고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 한 잔, 타르트 한 입, 그리고 바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을 잠깐 잊을 만큼 여유로운 자리였다. (포장해온 유달콩물. 정말 맛있다.)
여행의 절반은 이동이고, 나머지 절반은 결국 뭘 먹으러 가는 길이다.
목포에서 다시 다리를 몇 개나 더 건너야 하는 섬이 있다는 걸,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처음 알았다. 다리를 두어 개 더 건너 자은도로 넘어가는 길, 다들 졸음이 몰려올 때쯤 차를 세우게 만든 벽화가 있었다. 담벼락 위로 자란 동백나무를 그대로 어르신들의 머리카락으로 써먹은 그림이었다. 보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뜬금없이 너무 귀여운 게 문제였다.
"씨원리조트" 에 짐을 풀자마자 향한 곳은 바로 앞 "백길해변" 이었다. 파도는 크지 않았고 사람은 적었다.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넓디넓은 모래사장이 드러났다.


젖은 모래가 하늘을 그대로 비추기 시작하면서, 다들 갑자기 사진기자가 됐다. 우유니 소금사막에서나 나올 법한 반사 사진이 여기서도 찍힌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너무너무 고운 모래를 맨발로 밟아가며, 바다 수영을 지칠 때까지 즐겼다.
저녁을 먹고 다들 곯아떨어질 분위기였지만, 둘째만은 아직 쌩쌩했다. 손을 잡고 밤바다를 보러 나갔다. 낮보다 훨씬 조용한 백길해변에서, 둘째는 양팔을 벌리고 한참을 서 있었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별이 정말 쏟아질 듯이 떠 있었다. 도시에서는 서너 개 세다가 포기하는 그 하늘이, 여기서는 셀 수도 없이 촘촘했다.
돌아오는 길, 둘째가 젖은 모래 위에 조개껍데기로 뭔가를 꾹꾹 눌러 쓰기 시작했다. 손전등을 비춰보니 두 글자였다.
다음 날 아침은 리조트 조식으로 시작했다. 배를 든든히 채운 둘째와 엄마가 통유리창 너머 다시 바다 쪽으로 걸어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여행의 리듬이 대충 파악됐다. 먹고, 바다 보고, 또 먹고, 다시 바다.
둘째날 오전은 물장구로 시작했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첫째는 신나게 발을 굴렀다. 그러다 하늘이 심상치 않아지더니 굵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챙길 새도 없이 다들 그대로 뛰었다.


아침 산책이라 수영복도 안 입었는데.. 흠뻑 젖은 채로 돌아다니다 첫째가 '우와' 했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하늘에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가족여행 중 가장 멀었던 여행이, 가장 많은 경험을 주었다.
4인가족 평점
초딩5 모험에게는 90점, 씨원리조트 워터파크는 시시했다. 바다가 의외로 너무 재밌었다.
7살 모아에게는 100점, 아이가 놀기 좋은 곳이었다. 위험한 곳도 없고 바다의 파도도 딱 좋았다.
40살 엄마에게는 70점, 곱디 고운 모래가 옷 사이사이 끼어 어떻게 빨래를 해야하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44살 아빠에게는 100점, 둘째 딸과 손을 잡고 별을 보면 밤바다를 거닐었던 순간은 죽기전까지 생각날 것 같다. 긴 운전과 부족한 액티비티들이 이 장면 하나로 다 용서됐다.
숙소
"씨원리조트"
라마다 계열이라 그런지 깔끔했다. 40시간 패키지 - 4명방 대략 30만원대로 이용.
장점 : 숙소 깔끔. 40시간 패키지는 비싸지만, 퇴실시간의 압박이 없어서 편했다. 워터파크, 목욕탕, 숙소앞 해변 등. 아이들과 지내기 좋았다. 40시간 패키지 안 와인 무료시음이 너무 만족스러웠음.
단점 : 초등학교 5학년에게는 너무 순한 맛 워터파크. 물놀이를 많이 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시시했다.
만족스러웠지만, 여기만을 목적지로 오진 않을 것 같다.
2박 이상 일정으로 전라도 투어라면 추천!




